"남자 따위 다시는 안 믿어!"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났다며 울먹거리는 친구.
다시는 남자를 믿지 않겠다는 친구의 말이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저 또한 한 때, 저런 외침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도 이 친구, 마음이 완전 꽁하게 닫혀 버린 줄 알았는데 한때의 제 모습보다 양호합니다.
"내가 했던 말 똑같이 하네? 너 그럼 이제 연애 안할거야?"
"야, 내가 언제 연애 안 한다고 했어? 그냥 남자 안 믿는다고 했지."
"어라? 완전 쿨 하시네?"
"됐고! 좋은 남자 있으면 소개나 시켜줘. 빨리."
"여기, 이 선까지는 OK! 그 이상 침범하면 가만 안 둬!"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남자친구와 이번 여름 휴가에 어딜 놀러 가야 좋을까?" 라는 말을 했던 친구인데 말입니다. 뜻밖의 문자 한 통으로 인해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 버렸습니다.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남자, 다른 여자에게 보내야 할 문자를 친구에게 보내 버린게 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바람 필 거면 들키지를 말던지!" 라는 친구의 말 속엔 그 남자친구를 향한 미운 감정 보다 좋아하는 감정이 더 크다는 것이 비쳐지는 듯 했습니다.
말 없이 그런 친구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되려 걱정하지 말라며 절 다독였습니다.
"걱정마. 내가 이미 버섯, 널보고 느낀 게 있는데, 내가 다시는 연애 안 한다고, 결혼 따위 안 한다는 말 할 것 같애? 그냥 하는 말이야."
이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이 친구를 붙들고 똑 같은 말을 되풀이 한 때가 있었습니다. 남자는 이제 믿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연애 안 할 거라고, 결혼은 왜 하냐는 둥. 정확히 그런 말을 하고 2년이 지나 제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바뀌어 있었습니다.
"응? 그랬던가?"
"다시는 연애 안 할거라며?"
"연애 안 한다는 말은 안 했을걸?"
"너 결혼 따위 절대 안 한다더니, 당장이라도 결혼 할 것만 같다?"
"야, 솔직히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사람이니까 말 실수도 하는 거고…"
우리는 날아 다니는겨!
이전 남자친구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가득 했던 때에는 다른 소소한 일에도 불평, 불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연애에 문제가 생기니, 다른 일들도 풀리지 않는다며 왜 이러냐며 속상해 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라 제 마음이 문제이더군요.
그땐 흔히들 이야기 하는 '물 반 밖에 남지 않았네' 라는 표현을 더 즐겨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웬만한 일이 있어도 '물이 반이나 남았네' 라는 표현으로 쏘 쿨 하게 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는데 말이죠.
"남자 따위 절대 안 믿어!" 제가 한 때 했던 말을 내게 다시 하는 그 친구.
진심 반, 농담 반, 그녀의 다시금 높아진 장벽을 무너뜨려줄 수 있는 멋진 인연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그러했듯, '아,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 거야...' 라며 말이죠. :)
'남자 따위 절대 안믿어!' 이는 곧, '이토록 내가 상처를 받았는데 과연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렇게 닫힌 마음이 또 다시 열릴 수도 있고, 또 다시 상처 받아 더 굳게 닫힐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친구에게는 이 친구만의 멋진 인연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겠죠?
그저 늦게 나타나면 "왜 이렇게 늦게 나타났어!" 라며 혼쭐내 주라고만 일러줘야겠습니다. (아, 이랬다간 도망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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