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름 없이 퇴근 후, 남자친구를 만나 저녁 식사를 하고 배가 불러 잠시 앉아 있던 찰라 무심결에 툭 던진 한마디.
“졸려?”
“어? 아, 아니.”
개미소리 만큼 작은 목소리로 내뱉은 '졸려...' 라는 말. 내뱉고도 인지 못하고 있다가 되묻는 남자친구의 질문에 '아니. 안졸려.' 라고 잘라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이미 남자친구가 들은 '졸려'라는 말로 '거리'를 준 셈이었습니다.
종종 데이트를 하다 농담을 던지며 장난을 치곤 하는데 이 날도 남자친구의 기습공격이 이어졌습니다. 방심하고 있던 찰라, '졸려~' 라는 제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낚아 챈 거죠.
“응! 당연하지!”
“그런데 말이야. 설레는데 어떻게 졸려?”
시작입니다. 이 공격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데 말이죠.
설레는데 어떻게 졸릴 수 있냐는 남자친구의 말에 논리적으로 반박을 하고 싶은데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아니지. 설레면 졸릴 수가 없지. 심장 박동수가 빠른데 어떻게 졸리겠어.”
이럴 땐 조금은 비겁하지만 ‘오빠도 그땐 그랬거든.’ 이라는 말을 하며 맞대응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해 보니 남자친구가 한번도 ‘졸리다’, ‘피곤하다’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열심히 과거를 추억하며 남자친구가 비슷한 말이라도 한 적이 없나 되짚어 보았습니다.
“음…”
옆에서 ‘내가 이겼다!’ 라는 표정으로 저를 빤히 보고 있는 남자친구를 보고 있자니 귀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정말 남자친구는 단 한번도 ‘힘들다’ ‘피곤하다’ ‘졸리다’는 말을 한 적이 없더군요.
다만, 남자친구는 ‘힘들다’라는 표현이 아닌 ‘힘들었어’ 라는 표현으로, 결국 같은 말인 듯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으로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회사일로 많이 힘들었어'
저런... 회사일로 많이 힘들었구나. 오늘은 여자친구(남자친구)인 내가 감싸줘야지. 위로해줘야지. 힘낼 수 있게!
'아, 힘들어. 피곤해.'
대체 뭐가 그렇게 힘들고 피곤하다는거야? 그리고 어떻게 여자친구(남자친구)인 나와 모처럼의 데이트 중인데 ‘힘들다’, ‘피곤하다’는 말을 할 수가 있어? 아, 힘빠져.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연애 중 상대에게 하는
마음이야 어떻건, 직접적으로 까놓고 열어 보일 수 없는 만큼(열어 보인다고 해도 볼 수도 없고요)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대표 수단인 '말'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말 단 한마디의 차이로 상대방의 마음을 짠하게 할 수도, 횡하게 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음... 그래! 믿어줄게! 근데 난 정말 아직도 널 보면 설레어서 데이트 중엔 절대 졸립지 않아.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
맞아요. 어쩌면 남자친구의 이런 모습 때문에 아직도 설레나 봅니다.
'지금은 연애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배 때문에 여친과 헤어진 후배의 사연 (17) | 2012.01.25 |
---|---|
남녀심리를 잘 안다고 해서 연애 고수라 할 수 있을까? (8) | 2012.01.17 |
연애초기, 남자친구가 내게 준 생일선물에 얽힌 사연 (9) | 2012.01.06 |
장기간 연애, 여전히 뽀뽀를 부끄러워하는 여자친구? 사실은 (24) | 2012.01.04 |
남자 고등학생들의 연애담을 듣다 놀란 이유 (23) | 2011.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