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쓰러움이 많은 그녀, 용기내 헌팅한 사연
퇴근길, 밀리는 지하철 안에서 늘 그래왔듯이 거의 구겨지다시피 떠밀려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몇몇 분들은 타야 하는 시점에 제대로 타기도 전에 문이 닫혀 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였고, 내려야 하는 시점에 사람들에 휩싸여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나이가 많으신 한 아주머니가 꽤 무거워 보이는 짐을 들고 타시는데 '문이 닫힙니다' 라는 지하철 안내 방송과 동시에 갑작스레 문이 닫혀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뻔 했습니다.
'도와드려야 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저의 생각보다 더 한 발 앞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남자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도와 드려야 될 것 같은데' '도와드릴까?' 하는 동안, 남자분은 이미 실천으로 옮기고 있더군요 – 멋있다아!) 아주머니의 팔목을 강하게 본인 쪽으로 끌어 당겨 자칫 문에 끼여 다칠 뻔 했는데 무사히 지하철 안으로 탑승하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짐을 번쩍 들어 웃으며 아주머니께 말을 건네더군요.
"어머, 학생, 고마워."
"지하철이 좀 갑작스럽게 문을 닫아 버리네요."
"학생은 괜찮아? 아구, 고마워."
연신 고맙다고 남자분을 향해 인사하는 아주머니와 괜찮다고 머쓱해 하는 남자분. 상당히 예의바르게 아주머니를 챙기고 걱정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조용히 해. 들리겠어."
"어떡해. 내 이상형이야."
"머야. 너 이상형은 키 크고 덩치 큰 남자잖아. 너보다 키가 작은데?"
"아냐. 이 순간부터 나의 이상형은 바뀌었어. 외모가 좋으면 뭐해. 사람이 좋아야지."
"과연?"
"아냐. 봐봐. 지금 보니 얼굴도 잘생긴 것 같아. 그리고 무엇보다 저런 매너라면…"
이미 친구의 눈에는 뭔가가 씌인 듯 했습니다. 평소 장동건을 보고도 잘생겼다는 말을 하지 않던 친구가, 그 남자를 향해 잘생겼다고 말을 하다니… 그리고 연신 그 남자분을 향해 흘깃거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친구를 보고 있으니 괜히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군요.
"악!"
전 그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친구가 실제 행동으로 옮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응?"
순간, 지하철이 문이 열리면서 잽싸게 그 남자분에게 명함을 건네며 내리더군요. 지하철 헌팅은 처음이라며 연신 얼굴이 붉게 달아 올라 어쩔 줄 몰라 하는 친구. 평소엔 얌전하고 소극적인 친구인데 그 한 장면을 목격한 이후 갑자기 말이 많아 지더니 헌팅까지 해 버린 이 친구를 보고 있자니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목격한 것만 같아 기분이 묘하더군요.
* 어제 교대역에서 헌팅 당하신 분을 찾습니다. (하하)
그나저나 연애 한 번 해 보지 않은 친구가 이렇게 큰 용기를 내어 다가가려 했다는 것이 무척 놀랍습니다. 보통 지하철 헌팅이라하면, 외모에 홀릭하여 외모를 보고 헌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친구는 정반대로 "외모가 아닌 행동과 매너"를 보고 헌팅을 시도했다는 것이 조금 새롭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금 느끼는 것은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 그 상황과 노력이 맞아 떨어지면 사랑은 언제든 시작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은 연애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애 끝, 결혼을 하고 나서 느낀 점 (0) | 2016.04.07 |
---|---|
술을 못하면 연애를 못한다? (6) | 2015.11.06 |
술자리에서 본 상반된 결혼 후의 모습 (17) | 2015.11.04 |
내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결혼이란 (37) | 2015.11.03 |
사랑하니까 괜찮아? 혼전임신에 대한 단상 (34) | 2015.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