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막 시작할 땐 여자들끼리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남자친구가 뭘 사줬다", "이번 기념일엔 이러 이러한 특별한 이벤트를 해 줬다"라며 말이죠. 하지만,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서 결혼을 염두해 두고 사귀는 커플이라면 무작정 사주니까 받는거지, 해 주니까 받는거지 라는 생각보다는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듯 합니다.
결혼을 생각하고 준비를 하면서 '남자친구의 돈'이 아니라 '우리 돈' 이라는 생각이 더 크게 자리잡으니 말이죠. 그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할까 합니다.
네 돈, 내 돈이기도 하지만 우리돈이기도 하잖아.
연애 초기, 특별한 날만 되면 어김없이 패밀리레스토랑과 뷔페로 향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날만 되면 "모처럼의 특별한 날이니까" 라는 말로 돈 걱정은 말라며 근사한 곳으로 안내를 해 주던 남자친구에게 무한감동을 받곤 했죠.
"우리 오빠 능력자!"를 외치며 재롱과 아양을 떨기도 하며. -_-;;
네. 그런 때가 있었죠.
"응!"
퇴근 후, 들뜬 기분을 안고 남자친구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근사한 뷔페. 거의 본능적으로 입구에 놓여져 있는 메뉴판의 금액부터 확인했습니다. 평일 저녁 가격은… 음… 헉!
입구에서 잠시 멈칫거리는 저의 모습에 남자친구는 "들어가자."라며 제 손을 끌었지만 기분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응. 그러네."
"너 예전엔 이런 새로운 곳 좋아했었어. 근사한 분위기에 사진도 찍으면서."
"아, 내가 그랬었던가?"
"음. 여자들은 이런 곳 좋아한다던데. 왜? 별로야?"
한계효용법칙, 효용극대화!@#%@! 그러니까 말이야...
연애 초기엔 '우리의 돈'이라는 느낌보다 그저 '내 돈'과는 별개인 '남자친구의 돈'이라는 생각이 더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데이트 비용도 내가 얼마 썼으면, 남자친구가 얼마를 써야 하고... 남자친구가 이번에 얼마를 냈으니 내가 다음에 얼마를 내야 하고... 지금은 남자친구 돈이건 제 돈이건 데이트 비용 자체를 줄이기 위해 아끼려는 경향이 큰 반면, 연애초기엔 남자친구가 비싼 선물을 줄수록 감동했고, 비싼 곳에 데려갈수록 더 좋아했습니다.
-.-
그렇게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서 언제부턴가 레스토랑이나 뷔페를 잘 가지 않게 되더군요. 이유인즉 '(남자친구 돈이건, 제 돈이건) 돈이 아까워서' -_-;;
"뭐가?"
"다시 연구해야겠어."
요즘 회사일로 인해 잔뜩 예민해져 있는 저를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이 곳으로 데리고 왔었던 모양입니다. 하이톤으로 "좋아! 좋아!"를 외치며 방긋방긋 웃는 제 모습을 상상하며 데려왔었겠죠.
"오빠! 완전 고마워! 너무 감동적이야!" 라는 반응을 기대했지만...
그런데 예상과 달리 '돈 아까워' 라는 표정이 역력한 제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나 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너무 미안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집으로 돌아와서도 좀 더 환하게 웃으며 좋아할 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나름 아낀답시고 '돈, 돈, 돈'을 외치는 사이, 정작 중요한 상대방의 '마음'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았습니다.
[알아주니 고맙네. 그래. 다음엔 기분 좋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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