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데 언제 졸업하고 언제 취직해?"
"빨리 헤어져!"
"너랑 걔랑 안 어울리는 거 같아."
제가 직장인, 남자친구가 학생인 '직장인-학생 커플'로 지내면서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헤어져!" 라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주위 사람들의 "헤어져!" 라는 말에 이리저리 흔들리기도 참 많이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연애 초기, 하지만 이제 남자친구가 직장인이 되고 연애 5년 차가 되면서 주위에서 헤어지라고 하는 말은 사그라 들었습니다. 무슨 차이일까요? 남자친구가 학생이었다가 이제는 취직을 했기 때문에??? 아뇨. 그보다 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연애 초기, 직장인-학생 커플로 지내면서 사이가 좋을 땐 마냥 좋았지만 조그만 것으로 다투게 되면 번번히 '돈' 문제나 '취직' 문제 등 민감한 부분으로 번져 나가곤 했습니다. 분명, 다툼의 시작은 그 이유가 아니었음에도 다투다 보니 둘 중 한 사람의 입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감정 싸움으로 크게 번졌습니다.
전 또 그런 싸움이 생길 때마다 남자친구와 이야기하여 풀기 보다 제 주위 친구들이나 언니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의 이 행동은 곧 주위 사람들이 "헤어져!" 라는 말을 하게 만든 불씨가 된 거죠.
당시, 어린 생각으로 [사랑의 콩깍지가 씌인 당사자는 이런 저런 상황을 판단할 겨를도 없이 감정에 묻혀 애틋한 마음 하나로 이끌려 가지만 제 3자는 객관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주위 친구들에게, 언니들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헤어짐을 고민하는 저의 질문에 주위 사람들은 하나 같이 남자친구와 헤어지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질문 자체가 제 상황에만 유리하게 적용된 편파된 질문인데 대답하는 이들도 당연히 편파된 대답을 할 수 밖에요.
"그렇게 힘들어서 어떡해? 빨리 헤어져."
"그래. 처음부터 너랑 어울리지도 않았어."
그렇게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에 팔랑거리는 귀를 안고 헤어짐을 결심하려던 찰라, "내가 헤어지라고 하면 넌 바로 헤어지는거야?" 라고 되묻던 친구의 대답에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친구의 그 질문에 제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질문 자체가 '헤어져'를 유도하는 질문이었다고 이야기 해 주더군요.
만약, 그 때 철없이 주위 사람들의 말에 휩쓸려 헤어짐을 결정하고 영원히 바이바이- 했더라면 어땠을까를 떠올리곤 합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말이죠.
친구의 말대로 주위 사람들의 입에서 "헤어져!" 라는 말이 나오게끔 한 것은 어쩌면 제 자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자친구와 알콩달콩 사이가 좋은 때가 훨씬 많은데 그런 때에 대한 이야기는 친구들에게 하지 않고 조금만 다퉈도 주위 친구들에게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속상해!' 혹은 '이런 일 때문에 힘들어! 어떡하지?' 라며 하나하나 다 이야기 하고 하소연 했으니 말입니다.
"응! 그럼! 완전 좋아."
"하하. 그래. 좋아 보이네. 빨리 결혼해야겠다."
남자친구와 요즘 어때? 잘 지내? 라는 질문에 반갑게 잘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친구나 주위 사람들은 안부인사 차원에서 건네는 말인데 그 말에 이 악물고 덤벼들며 "내 남자친구가 있잖아..." 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이제는 '좋아 보인다' '빨리 결혼해' '잘 어울리는 커플' 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너네 둘 안 어울려!' '빨리 헤어져!' 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말이죠.
그러곤 또 언제 다퉜냐는 듯 서로 주거니 받거니 고스톱을 치다가 점수가 났다며 웃으시는 할머니 모습을 보며 어린 나이의 전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었습니다. '이상하다. 분명 아까 다투시는 것 같았는데...' 하면서 말이죠.
"응. 왜?"
"요즘 회사일 때문에 웅이가 많이 힘든가봐. 너한테 다른 말 안하지?"
"응. 나한텐 아무말 없던데."
"공연 티켓 두 장 생겼는데 저녁에 시간 괜찮으면 웅이랑 같이 다녀와."
"우와. 오빠 고마워."
문득, 후에 남자친구와 결혼하여 나이가 들어 생활하다가도 부득이하게 의견 마찰이 생겨 다툴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그럴 때 주위 사람들이 일방적인 한 사람의 입장만을 듣고 "헤어져!" "이혼해!" 라는 말을 하기 보다는 우리의 입장을 헤아리고 서로 이해하라고 다독거려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스톱 치자!" 라고 슬그머니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했던 할아버지의 친구분처럼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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