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로운 여자친구가 질투의 화신이 된 이유 - 질투에 사로잡힌 여자친구 달래는 법
남자친구가 장난으로라도 저에게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이 질투심 유발입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연애 초기(사귄 지 1년 정도 되었을 무렵)에 있었던 한 사건 때문인데요.
그 한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남자친구에게 저의 모습은 늘 미소를 잃지 않고, 자비로운 여자친구였습니다. 남자친구의 "넌 왜 질투를 안해?"라는 질문에도 "내가 질투를 왜 해. 호호호."라고 웃어 넘길 수 있는 여유도 철~ 철~ 넘쳐 흘렀습니다.
흥. 질투심 유발? 그런 건 나한텐 안 통해. 라는 생각으로 괜한 오기를 부리며 질투 따윈 전혀 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과 제스처로 남자친구를 마주했었습니다. 그렇게 질투심이라곤 없는 여자로 지내왔건만 그 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질투의 화신으로 찍혀 버렸습니다.
저보다는 남자친구와 오랜 기간 알고 지내온 선배 언니와 식사를 하다가 남자친구의 어디가 그리 좋으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다 좋죠! 음… 아! 맞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오빠 손 예쁘지 않아요?"
"손? 웅이가 손이 예뻐? 손을 자세히 본 적이 없어서."
"한 번 보세요. 진짜 손 예뻐요."
"응. 한 번 봐야겠다."
언니의 질문에 얼떨결에 남자친구 손이 정말 예쁘지 않냐며 자랑 아닌 자랑을 했는데요. 그게 계기가 되어 며칠이 지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그 언니가 고의로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말이죠. -.-
"응?"
순식간에 내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
솔직히 처음 보는 사람도 아니고 잘 알고 지내던 사이었던 터라 그 언니가 남자친구의 손을 잡는 것에 대해 그리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아도 되었을 일입니다. 뻔히 알고 있고, 예측 가능한 상황임에도 어째서인지 열이 확 나더군요.
몇 초 남짓 되는 시간 동안 남자친구 손을 잡고 '손이 예쁘다'는 말로 이리저리 돌려 보던 선배 언니. 제 눈 앞에서 제 남자친구 손을 다른 여자(그 순간 만큼은 선배 언니가 아닌 그저 다른 여자)가 잡고 있는 모습을 보니 욱하더군요.
분명 몇 초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을텐데 제겐 상당히 긴 시간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음속으로 꾹꾹 '워- 워-' 를 외치며 다른 사람들도 함께 있는 자리이다 보니 애써 태연하게 웃어 넘겼습니다. 그렇게 꾹꾹 눌러 담았던 마음은 정작 그 언니가 사라진 뒤, 남자친구에게 토해냈습니다.
"응?"
"선배 언니한테 손 잡히고도 가만히 있더라?"
"뭐? 언제? 아, 아까? 그러게 말이야. 갑자기 내 손을 잡길래 나도 당황했어."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최대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듯 했으나 급기야 질투 폭발!
"아, 네가 내 손이 예쁘다는 말을 했었어?"
"왜? 내 말이 틀렸어?" -_-^
"아… 아니."
"왜 손 계속 잡고 있었어?"
"내가 언제 계속 잡고 있었어... 내가 잡힌 거지. 5초? 10초 밖에 안될 걸..."
"아니거든! 엄청 오래 잡혀 있었거든?!"
그야말로 질투의 화신이 되어 열을 내뿜었습니다. 너도 잘 아는 선배 언니이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선배이기 이전에 어쨌건 여자잖아!'라는 말을 투척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네.
자비롭고 쿨했던 여자친구의 이미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질투에 눈이 먼 한 여자가 되어 있더군요.
단 한번도 '나 지금 질투하고 있어요' 라는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보니 그 날의 제 모습은 제가 생각해도 황당했습니다. 질투 따윈 모르는 줄 알았는데, 질투하더라도 절대 표내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무너지다니!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질투의 화신이 되어 한참 열을 내고서야 갑자기 든 생각.
'혼자 질투하고 혼자 열내고 완전 이상한 여자애로 보겠지?' ㅠ_ㅠ
으헉. 한참 열을 내고 진정이 될 때 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민망뻘쭘함. 그런 저를 달래 준 사람은 남자친구였습니다.
"질투를 안 하는 여자가 어디 있어!"
"아니. 지금까지의 넌 워낙 쿨하고 담담했으니까."
"..."
"나도 질투 많이 하는데, 남자라서 아닌 척, 꾹 참는 거야."
"음... 그래?"
"하긴, 내가 너였어도 열냈을거야. 우리 서로 질투의 화신인 거 알았으니가 이제 서로에게 질투 할 일 없게 하자."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남자친구 입장에서 충분히 황당할 법 한데, 저를 단순 질투녀로 몰아세우지 않고 '앞으론 오해할 일이 없도록 하겠다. 서로 오해할 일 없도록 하자. 질투할 일 없도록 하자.'라는 그 말이 6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 이후로 단 한번도 질투의 화신이 되어 화르르~ 불타 올랐던 기억이 없습니다. 마음 같아선 그 때의 그 질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싶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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