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남자친구와 저의 키는 8cm 정도 차이가 납니다. 평소 운동화를 즐겨 신다 보니 남자친구와 마주보고 서 있으면 자꾸만 남자친구 가슴팍으로 안기고 싶은 충동이 마구마구 일어납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것이 남자친구의 넓은 가슴이 아주 그냥. (응?)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말이죠. +_+;
운동화나 편한 단화를 신은 날이면 남자친구 앞에서 왜 그리 총총거리며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지 모릅니다. (그야 신발이 운동화라 편하니까, 응?)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평소 운동화나 단화보다는 구두를 더 자주 신게 되는데요. 구두를 신을 때면 남자친구와 눈높이가 비슷해져 단화나 운동화를 신었을 때보다 자연스레 몸을 움츠려 들고 조심하게 되더군요.
정작 남자친구는 제가 구두를 신건, 단화를 신건 한결 같은데 말이죠. 제가 이렇게 움츠려 드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잊고 싶은 옛 추억 때문에 말이죠.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김건모를 외쳤었는데 그 대답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한결 같습니다.
"김건모!"
"김건모? 가수 김건모?"
"응!"
"왜?"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했어. 노래도 잘하고 뭔가 똑 부러지고 야무질 것 같은 그 느낌이 좋아서."
그러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나간 미팅 자리에서 저보다 키가 작고 까무잡잡한, 하지만 내뱉는 말 하나에도 예의있고 성실해 보이는 남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캬! 이상형을 만난거죠!
그렇게 미팅으로 만난 그는 저보다 키가 작았기 때문에 나름 그를 향한 배려라 생각하고 높은 굽은 일체 신지 않고 오로지 단화나 운동화 위주를 신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입장에선 저의 이러한 행동이 배려로 느껴지기 보다는 오히려 탐탁지 않았나 봅니다.
"역시 넌 나보다 키가 커서…"
"넌 왜 구두 안 신어?"
"그래. 넌 키가 커서 좋겠다."
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상황이 아님에도 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나름 자신은 키에 대해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드러내기 위해서인지 키를 농담 소재로 삼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던졌지만 오히려 그런 그의 모습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를 모르겠더군요.
심지어 제가 그보다 키가 큰 게 미안해해야 할 일처럼 느껴져 그 앞에선 소심대마왕이라 할만큼 소심해 지고 위축되었습니다.
언제부턴가 '키는 적어도 나보다 컸으면 좋겠어. 솔직히 난 상관없긴 한데...' 라는 저의 바람은 마지막 순간까지 키 때문에 애태울 수 밖에 없었던 예전의 아픈 추억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진짜 성실하고 성격 괜찮은 사람이 있긴 한데, 너보다 키가 작아. 괜찮아?"
"난 상관없는데 남자 쪽에서 좋아할까?"
서로가 키는 상관없다고 하면서도 상대방이 좋아할까? 예의상 한 말이 아니라 정말 괜찮은걸까? 라는 고민을 거듭하며 소개팅 날짜를 미루고 미루다 얼마전 소개팅을 가졌습니다.
두 사람 모두 등산을 좋아하고 활달한 성격이라 잘 맞을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소개팅에서도 서로가 잘 통했던 모양입니다.
키가 어느 정도 이상이 아니면 루저라는 발언으로 한 때 이슈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정말 다시 생각해 봐도 당시의 그 발언만큼 한심한 발언이 있을까 싶습니다. 사람을 키 하나의 잣대를 두고서 루저이니 위너니 구분 짓는다는게 말이죠.
남자는 남자 나름 대로 "내가 키 큰 여자한테 대쉬하면 좀 그렇지?" 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여자는 여자 나름 대로 "남자는 자기보다 키 큰 여자 별로라고 생각하지?"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보곤 했습니다. 서로는 괜찮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있어 외모가 부수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을지언정 근원적인 이유가 되진 않을텐데 말이죠.
결국, 겉으로 드러나는 키가 크건 작건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만큼 자신을 상대방의 마음의 눈높이에 맞춰 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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