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면 정말 소소하다 싶은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현재, 과거, 미래를 오가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어제는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며 문득 여고시절에 만났던 바바리맨이 생각나 남자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응. 난 한번도 본 적 없어. 바바리맨이 남고 근처에 왜 오겠어."
"진짜? 한번도 본 적 없어? 우리 학교 앞엔 자주 눈에 띄었는데."
돈까스를 주문하고선 음식이 나올 때까지 종이에 연필로 끄적이며 여고생 때 만난 바바리맨을 이야기 해 줬습니다. 바로 헬멧을 쓴 바바리맨에 대해서 말이죠.
헬멧을 쓴 바바리맨
여고시절을 떠올리면 참 소소한 것에도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바리맨 역시, 보통 일반적인 바바리맨이라고 하면 다소 꺼림직하고 무서운 느낌이 있을 법한데, 적어도 제가 본 헬멧 쓴 바바리맨에 대한 기억은 무섭다기 보다 그저 황당하고 웃긴 추억인 것 같습니다.
평소 수업시간에는 대부분 아이들이 수업에 몰두하느라 창 밖을 바라볼 시간이 없는데 유일하게 창 밖을 자주 보게 되는 시간인 점심 시간쯤이 되면 그가 등장했습니다.
"진짜? 오늘도 왔어?"
"꺄아아아악!"
"어떡해! 꺅!"
이 때 지르는, "꺅"은 무서워서 지르는 "꺅!"이 아닌, 그저 군중심리에 이끌려 그저 그 상황이 재미있어서 지르는 "꺅!"인거죠. -_-;; 모두가 손을 눈 앞을 가리는 듯 하면서도 볼 건 다 보는 묘한 상황;
"야! 대두야! 더 보여줘!" 와 같은;;; 덜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려는 아이들도 있었구요.
"1:1"로 마주하면 절대 하지 못할 행동들인데, 이미 "다수: 1"이라는 이유로 여고생들은 무서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는 항상 오토바이를 타고 오로지 바바리 한 장만 몸에 걸치고 등장했습니다. 아! 꼭 흰양말은 신어주더군요.
특히, 지금껏 봐왔던 바바리맨과 달리 헬멧을 쓰고 등장했다는 겁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바바리맨이 선택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고생들이 봤을 땐 오히려 얼굴이 보이지 않고 그저 헐벗은 몸에 헬멧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어서 '대두' 같기도 하고 '외계인' 같기도 하고 그저 웃기기만 한거죠.
학생들 사이에선 "대두 나타났다!" 혹은 "외계인 떴다!" 로 통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매번 뛰쳐 나가 그를 잡으려 했지만 매번 쏜살같이 오토바이로 '쌩' 하니 도망가 그를 붙잡지 못했습니다. 4일 정도 나타났던 헬멧 쓴 바바리맨은 언제부턴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여고생들의 이러한 쏴한 반응을 눈치챈걸까요?
시대가 많이 바뀐 요즘에도 바바리맨이 있는지 문득 궁금해 지네요.
한번도 본 적 없는 남자친구를 위해 문득, 바바리맨을 한번 쯤은 만나게 해 주고 싶어지는 이유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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