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4년 넘게 연애를 해 오며 가끔씩 혼자 찡해져서는 '이런 남자 어디서 또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만큼 배려심이 많고 아껴주는 모습에 무척이나 감동을 받곤 합니다. J
어제 친구에게 갑자기 연락이 와 곧 남자친구 생일인데 '괜찮은 생일 선물이 없냐'며 제게 묻더군요. 이 친구도 연애 기간이 3년이 넘어가다 보니 이미 매번 기념일이며 생일마다 지갑, 신발, 가방 등등 이런 저런 선물을 서로 주고 받은 터라 더 이상 뭘 선물해 줘야 할지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런 물질적인 선물 외에도 남자친구에게 뭔가 감동적인 선물을 해 주고 싶어 하는 그 친구의 마음이 와닿았습니다. 왜냐면, 저도 작년 남자친구 생일, 똑같은 고민을 했었기 때문이죠. 연애 초반엔 선물해 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런 저런 기념일과 생일을 겪으며 점점 제 머리의 한계를 느끼게 되더군요. '이것도 작년 200일에 선물 해 줬던 건데… 아, 그건 남자친구 취업할 때 선물해 줬던 건데… 아, 그건 남자친구 생일 날 챙겨준 건데…' 라며 말이죠.
남자친구에게 감동적인 뭔가를 해 주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제가 남자친구에게 감동 받았던 순간을 떠올려 봤습니다.
도시락은 보통 여자가 남자에게 해 주는 편인데, 남자친구가 절 위해 준비해 준 도시락이 그리 고마울 수가 없더군요. 비록 다 탄 군만두라도 예쁘게 깎진 못해도 "서툴다는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마!"
그래서 문득 생각이 난 것이 남자친구가 남자로서 좀처럼 하기 힘든 정성을 나에게 보여준 것처럼 나도 여자로서 남자에게 좀처럼 하기 힘든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지난해, 남자친구의 생일에 조그만 이벤트를 준비했었습니다.
매해 그래 왔듯이 남자친구를 만나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생일 축하를 하며 생일 선물을 건네고선 노래방으로 남자친구를 이끌었습니다. 평소 남자친구와 함께 부르는 애창곡을 줄줄이 부른 뒤, 중간에 '권진원'의 ' happy birthday to you'를 예약하고선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맞은편에 있던 꽃집으로 냉큼 달려가 장미꽃 한 송이를 샀습니다. (미리 노래방을 갈 때 꽃집의 위치를 확인해 뒀죠)
장미꽃 한 송이를 눈에 띄지 않게 옷 소매 사이로 잘 숨기고선 들어와 싱글벙글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 happy birthday to you'를 불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가사를 부르며 '너무 너무나 행복해 ~ Happy Birthday to you~' 남자친구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선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주었습니다. 당시 남자친구 반응이 어땠냐고 물으면 도통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남자친구의 표정 변화를 볼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제게 없었기 때문이죠.
마치 제가 남자친구에게 청혼이라도 한 것 마냥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럽더군요.
"아잉"
남자친구가 연애 초기 제게 무릎을 꿇어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 준 적이 있습니다. "무릎 꿇는 거 결코 쉽지 않아"
역시, 남자여서 더 쉽고, 여자여서 더 쉬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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