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빤 남자면 다 늑대야? 오빠도 남자면서…"
"나 빼고 다 늑대야"
"헐-"
늑대가 자기 빼고 다 늑대래!
"요즘 남학생들 힘이 얼마나 센 줄 알아?"
"뭔 소리야. 나도 힘세거든?"
전 당시 스물넷, 과외학생은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으로 열여덟, 저와 결코 적지 않은 나이 차인지라 남자친구에게 '그 앤 남자가 아니라 꼬맹이야-' 라고 설명을 하며 괜찮다고 설득 시키기 바빴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시작하게 된 과외.
대학생일 때는 과외를 참 많이 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참 많이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연락을 주고 받던 학생들과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 받고 있기도 하고 말이죠. 제 머릿속엔 너무나도 좋았던 기억이 많이 남아 있어 그 때의 그런 분위기, 그런 학생들을 떠올리며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생이 아닌 직장인이 되어 과외 학생을 위해 다시 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으로 공부를 하니 새삼 기분이 좋기도 하고, 뭔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웠습니다. 직장과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었던 터라 이동하기도 훨씬 수월했습니다. 직장-집, 직장-집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변화를 주고 싶기도 했고, 누군가와 한 가지 주제로 지식을 나누고 배운다는 것만큼 짜릿한 것은 없기에 상당히 즐기면서 과외를 했습니다. 학생에게 가르침을 줄수록, 제가 더 많이 배워나가는 기분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덜덜덜
남자친구도 처음엔 그렇게 반대를 하더니, 점차적으로 제가 직장생활을 잘 하면서 주중 두 번의 과외도 잘 적응하고 재미있어 하자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과외학생과 저도 점차적으로 친밀해져 그 학생도 배우는 것에 흥미를 많이 갖는 듯 했습니다.
과외를 시작한지 3개월 정도가 지난 어느 날부터 모르는 번호로 제 폰에 문자가 왔습니다. (전화를 걸어 보니 등록되어 있지 않은 번호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스팸 문자인가 보다- 라며 무시했으나, 다음 날, 그 다음 날 점차적으로 농도가 짙어지는 문자가 오더군요.
3일 정도 지난 시점에 또 문자가 왔습니다.
스타킹을 신고 있건, 뭘 입고 있건 뭔 상관이래- 하는 생각으로 문자를 보고 있던 찰라 발송 번호를 보니 다름 아닌 제가 과외를 하고 있던 남학생의 번호더군요.
"내가 누구게?"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래도 당분간 과외를 못할 것 같다며 이야기를 하자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여차 저차 이런저런 이유로 과외를 계속 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학생의 어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중도 하차했습니다.
'난 그 사람을 남자로 보지 않는다. 과외를 받는 한 학생일 뿐이다' 라고 딱 잘라 남자친구에게 이야기를 했었지만 남자친구가 '그건 너의 생각일 뿐이고, 남자는 여자와 달라서 가끔은 아주 가끔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 충동적으로 이성이 지배 당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그 학생은 남자다. 남자가 여자를 지켜주고 보호해주면 좋겠지만 혹시 모를 그런 상황을 위해 이왕이면 여자인 너가 먼저 조심하는게 낫지 않겠느냐?' 라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뒤늦게나마 정확히 그 사건 이후로 남자를 보는 시각에 있어 눈이 크게 뜨인 건 사실인 듯 합니다. (남자 형제가 없는데다 여중,여고,여대의 비애 -_-)
신문이나 뉴스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술 한잔 더 하자며 제의를 하자 여학생이 남학생의 집으로 따라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혹은 'MT를 갔다가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한 자리에 섞여 마시고 놀다가 봉변을 당했다' 류의 기사나 '술취한 여자가 길에 쓰러져 있는 것을 부축해 준다며 강제로 끌고 가 강간' 과 같은 사건 소식을 들을 때면 "여자가 힘들겠다" "남자가 나쁘네" 라는 시각이기 이전에 "아니, 거길 왜 따라 갔지? 왜 먼저 조심하지 않았을까?" 라는 다소 냉소적인 시각(-_-)으로 먼저 바라보게 됩니다. (물론, 기사 내용이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기에 그 내용만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 절대 성추행범이나 강간범과 같은 가해자를 옹호하고자 하는 글이 아닙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약한 존재인 것도 사실이지만, 자신의 몸을 스스로 아끼고 보호해야 하는 강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득, 오늘 아침 기사를 보니 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보고 한때의 일이 생각나 주절거려 보았습니다.
요즘도 가끔 남자친구가 이야기 합니다. "거봐. 나 빼고 다 늑대"
"거봐. 나 빼고 다 늑대라니까"
"솔직히 그건 아니지"
"아, 그래. 솔직히 0.0001% 빼고 다 늑대야"
-_-
뭐냐? 남자친구 빼고 세상의 남자들은 모두 늑대라는 것이냐? << 워- 워-
남자가 늑대냐, 늑대가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0.0001%, Hands UP!!!)그렇게 세상이 점점 험악해지고 무서워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만큼 본인의 몸을 스스로 보호하고 아낄 수 있는 여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제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이기도 하고,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어린 제 동생에게 하고픈 말이기도 합니다)
퇴근길 늦은 밤, 지나치다 싶을 만큼의 노출이 심한 여대생이 술에 취해 정신 못차리고 비틀거리는 모습을 마주하게 될 때면 제 여동생을 보는 것처럼 걱정되는 마음이 앞서고 불안합니다. 쫓아가 정신 차리라고 한 대 때려 주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는;; 자신의 몸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의사결정에 '책임' 질 수 있는 20살이 넘은 성인이잖아요!
몸만 훌쩍 커버린 여자가 아니라, 적어도 자신의 의사결정, 자신의 몸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성인 여성이 되었으면 합니다.
주절이가 너무 길었습니다. +_+ 흠냐, 오늘의 주절이 끝!
'지금은 연애중'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제 화면으로 만나던 '지금은 연애중'을 책으로 만나보세요! 많은 관심 부탁 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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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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