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남자친구의 스케줄러에 오목판을 발견하곤 (전 오목판이라 표현합니다. 칸칸이 구획 되어져 오목하고 놀기에 딱 좋죠) 펜을 하나씩 잡고 그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판을 해도 왜 그리 길기만 한지. 강철의 연금술사에 등장하는 주인공 '에드'를 모티브로 그렸었죠
‘이상하다. 분명 오목은 먼저 시작한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오목을 하다 1:1로 서로 비겨 재미없다며 또 다른 재미꺼리를 찾다 펜을 들고 만화를 그렸습니다. 어렸을 땐 참 많이 그렸는데 말이죠.
한참 동안을 쓱쓱 그리고 있는데 남자친구가 심심했는지 갑자기 펜을 빼앗아 들고는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그리지 말라고 합니다.
“뭐?”
“그만 그려! 난 오타쿠 싫어”
“뭐야아- 만화 그리면 다 오타쿠야? 말도 안돼! 치사하다!”
뻔히 눈에 보이는 남자친구의 심술이 왜 그렇게 귀엽기만 한지. 한편으론, 정말 내가 펜을 들고 만화 그리는 모습이 그렇게 보이는걸까- 싶기도 했고 속상했습니다.
문자가 와서 문자를 보니 멀티메일을 보내왔더군요. 첨부된 사진 속엔 제가 그려 놓은 미완성 만화 옆에 또 다른 비슷하게 생긴 여자가 있더군요.
‘이게 뭐지?’
잠시 멈칫하다 이내 뻥 하고 웃어버렸습니다. 인턴 외부 교육 있다며 교육 받으러 가선 쉬는 시간이라고 하더니 그 시간 동안 이 만화를 옆에 따라 그리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곤 어제 만나 본인이 그렸다며 이미 컬러메일로 봤던 그 그림을 실제 보여주더군요. 제가 그린 그림(좌)과 남자친구가 그린 그림(우) 입니다.
보이시나요? 니꺼(거만), 내꺼(청순)
제가 그린 그림은 여자 아이가 거만하게 생겼는데 남자친구가 그린 그림은 본인 스스로 청순하게 생겼다며 이렇게 써 두었더군요.
"오타쿠 같애!" 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신경쓰였었는데 말이죠.
이유를 들으니 남자친구는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웃으며 장난치고 놀고 싶은데 제가 펜을 들고 그림 그리는데만 집중하고 있으니 미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내지른 말이 저 말이라고 하더군요. (자칫 오해할 뻔 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이런 소소한 추억이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는 것 같아 무척 즐겁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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